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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주 우울하고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다자이 오사무/인간실격/인생책/책추천/자기계발
    책리뷰 2021. 10. 11. 12:56

    다자이 오사무_인간 실격

    좋은 구절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13P)

    즉 저에게는 인간이 목숨을 부지한다.’라는 말의 의미가 그때껏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저는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참 행운아라는 말을 정말이지 자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16P)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밖에 안 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위기일발의 진땀 나는 서비스였습니다.

    (17P)

     

    늘 인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전율하고 또 인간으로서의 제 언동에 전혀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 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19P)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웃게만 만들면 된다. 그러면 인간들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이라는 것 밖에 내가 있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몰라. 어쨌든 인간들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돼.

    나는 무야. 바람이야. 텅 비었어. 이런 생각만 강해져서 저는 익살로 가족을 웃겼고, 또 가족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무시무시한 머슴이랑 하녀들한테까지도 필사적으로 익살 서비스를 했던 것입니다.(19P)

     

    인간을 속여서 존경받는다해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그 사람한테서 듣고 자기가 속은 것을 차차 알게 되었을 때, 인간들이 느낄 노여움이며 복수는 정말이지 어떤 것일까요.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이었습니다.(23P)

     

    인간에게 호소한다. 그런 수단에 저는 조금도 기대를 걸 수가 없었습니다.(25P)

     

    인간의 삶에는 서로 속이면서 이상하게도 전혀 상처도 입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정말이지 산뜻하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충만한 것으로 느껴집니다.(26P)

     

    그리고 아무한테도 호소하지 못하는 저의 이런 고독한 냄새를 맡은 여성들이 본능적으로 맡게 된 것이 훗날 그녀들이 저의 약점을 틈타 접근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즉 저는 여성들이 보기에 사랑의 비밀을 지켜줄 사나이였다는 얘기입니다.(27P)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 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31P)

     

    내가 반한다느니 남이 반한다느니 하는 말은 퍽 천박하고 능글맞은 느낌이어서, 소위 아무리 엄숙한 장면이라도 이 말이 불쑥 얼굴을 내밀면 진지하고 고고한 대가람이 붕괴해 그저 두루뭉술하고 밋밋해져 버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반하는 쓰라림 등의 속된 말 말고 사랑받는 불안같은 문학적 용어를 쓰면 그런대로 고고한 대가람이 붕괴하는 일은 없는 듯하니 참 묘합니다.(33P)

    , 담배, 창녀, 그런 것들이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는 상당히 괜찮은 수단이라는 사실을 저도 이윽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수단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제 소유물을 모두 팔아 치워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저한테 창녀라는 것은 인간도 여성도 아닌 백치 혹은 미치광이처럼 느껴져서 그 품 안에서는 완전히 안심하고 푹 잘 수 있었습니다.(46P)

     

    그야 그렇겠지만 인간의 마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더 끔찍한 것이 있다.

    욕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허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색과 욕,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늘어놓고 보아도 부족한 그 무엇, 저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인간 세상의 밑바닥에는 경제만이 아닌 묘한 괴담 비슷한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48P)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솜방망이에도 상처를 입는 것입니다.

    행복에 상처를 입는 일도 있는 겁니다. 저는 상처 입기 전에 얼른 이대로 헤어지고 싶어 안달하며 예의 익살로 연막을 쳤습니다.(61P)

     

    “‘돈 떨어지면 날이 인연 끊어지는 날이라는 속담은 말이야, 세상에서 하는 해석처럼 돈이 떨어지면 여자한테 버림받는다는 뜻이 아니야. 남자가 돈이 떨어지면 자연히 의기소침 해지고 못쓰게 되고 웃는 소리에도 힘이 없어지고 괜히 비뚤어지거나 해서, 끝내는 자포자기해 자기 쪽에서 여자를 버리게 되거든. 반쯤 미친 듯 뿌리치고 내친다는 의미지. 가네자와 대사전이라는 책에 의하면 그렇다는군. 딱하게도. 나는 그 마음 이해해.”(61P)

     

    그리고 나서 여자도 누웠고, 새벽녘에 여자 입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왔습니다.

    여자도 인간으로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완전히 지쳐 버린 것 같았습니다.

    또 저도 세상에 대한 공포, 번거로움, , 예의 운동, 여자, 학업 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도저히 견뎌 내며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그 사람의 제안에 쉽게 동의했습니다.(65P)

    저는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했지만 우정이라는 것을 한번도 실감해 본 적이 없었고(호리키처럼 놀 때만 어울리는 친구는 별도로 하고) 모든 교제가 그저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어서 그 고통을 누그러뜨리려고 열심히 익살을 연기하느라 오히려 기진맥진하곤 했습니다.(81P)

     

    남들한테 호감을 살 줄 알지만 남을 사랑하는 능력에는 결함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긴 저는 이 세상 인간들에게 과연 사랑하는 능력이 있는지 어떤지 대단히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81P)

     

    단팥죽과 그 단팥죽을 기꺼워하는 호리키에 의해 저는 도시 사람들의 조촐한 본성, 또 안과 밖을 딱 부러지게 나눠서 살고 있는 도쿄 사람들의 실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안팎 구별 없이 그저 인간의 삶에서 끊임없이 도망쳐 다니는 바보 멍청이인 저만 완전히 뒤에 처쳐 호리키한테도차 버려진 것 같은 느낌에 당황했고 칠이 벗겨진 젓가락을 움직이면서 견딜 수 없는 쓸쓸함을 맛보았다는 사실을 기록해 두고 싶을 뿐입니다.(84P)

    그때 이후로 저는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하는 생각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것은 개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예전보다는 다소 제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92P)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96P)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어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스럽게 행동할 줄 알게 된 것입니다.(96P)

     

    서로 경멸하고 교제하고 서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세상의 소위 교우라는 것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교우였음은 틀림없습니다.(105P)

     

    나란히 앉아서 콩을 먹었습니다. 아아, 신뢰는 죄인가요?

    상대방 남자는 저한테 만화를 그리게 하고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거드름을 피우며 놓고 가는,

    삼십 세 전후의 무지하고 몸집이 작은 상인이었습니다.(116P)

    신에게 묻겠습니다. 신뢰는 죄인가요?

    (...)과연 무구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요? (116P)

    불행. 이 세상에는 갖가지 불행한 사람이, 아니, 불행한 사람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소위 세상이라는 것에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불행이고, 세상도 그 사람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해 줍니다.

    그러나 제 불행은 모두 제 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항의할 수 없었고, 또 우물쭈물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얘기를 하려 하면 넙치가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 전부가 뻔뻔스럽게 잘도 이런 말을 하는군 하고 어이없어할 것이 뻔했습니다.(122P)

    아아, 제 주변에는 언제나 뭔가 혼탁하고 어둡고 어딘지 수상쩍고 떳떳하지 못한 자의 기척이 따라다는 것이었습니다.(125P)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130P)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132P)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나의 느낀점

    이 책을 읽으면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마츠코’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둘 다 일본 작품이라서 그런가?) 혐오스런 인생을 살면서 그녀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는 순간마다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절망적인 대사와 신나는 노래가 대비되어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고 느끼는 순간 그녀는 영원히 죽고 말았다.

    그녀의 일생의 마지막은 “태어나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하였는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13P)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130P)

    그것이 인간 실격에서 수기의 주인공 ‘요조’의 감정.
    즉 인간으로서 실격했다고 말하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떠오른 것 같다.

    요조와 마츠코.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비열하고 악덕하게는 가면을 쓰지 못한 것.
    오로지 사람들의 호의를 얻기 위한 가면만을 쓴 것.

    우리는 태어나면서 아기 때부터 본능적으로 상대방 즉 부모가 좋아할 법한 익살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익살’이라는 가면을 어느 순간 당연하게 쓰고 살아간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추악한 본성 속에서 좀 더 비열하지 못하고 순수하고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면을 쓴 죄책감에서 오는 순수함.
    마츠코와 요조는 그것이 죄라면 죄였다.

    오히려 불쾌한 인간들이나 가면을 잘도 쓰고 잘 이용한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마츠코와 요조의 순수함은 얼마나 죄인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당당하게 가면을 쓰고 가면을 쓴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둘은 더 나은 인생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인간으로서 행한 나쁜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남과 달리 자신은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안하무인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츠코와 요조가 오히려 평생을 잘못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간 인간들보단 잘살아간 인생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136P) -인간 실격-

    "마츠코는 제게 하느님이었습니다." -혐오스런마츠코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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