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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혼주의자에게 하고 싶은 좋은 말/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_김하나, 황선우 /인생책/책추천/자기계발
    책리뷰 2021. 10. 12. 18:06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_김하나/황선우 지음

     

     

    좋은 구절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이 27%를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겹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여전히 나는 혼자 먹는 밥이 맛있고 혼자 하는 여행의 간편한 기동력을 사랑한다.

    그런 한편으로 또 믿게 되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감탄도 투덜거림도, 내적 독백으로 삼킬 만큼 삼켜본 뒤에는 입 밖에 내서 확인하고 싶어진다.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온도와 습도의 기후대와 문화를 품은 다른 나라 같아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외국을 여행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경험을 준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유행어에도 진실이 아주 없지 않지만, 내 생각에 타인만 한 토털 엔터테인먼트도 없다. 자기만의 세계관, 음악, 취향, 관심사와 말솜씨, 표정과 몸짓, 신념과 상상력, 농담의 방식... 이런 요소들은 그 사람 고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형성한다.

    물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여행자의 예의를 품을 때, 내가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을 거다.

    이 사람과 함께 살아도 좋겠구나, 하는 결심에는 바로 이런 넓은 울타리 안에서 좋은 영향력의 파장 안에 늘 있고 싶다는 바람도 작용했다.

     

    하지만 사람이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같은 걸 좋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곁에 두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 자신과 다르다 해서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평가 내리지 않는 건 공존의 첫 단계다.

    다른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같이 생활하는 일은 여러모로 가르침을 준다.

    세상에는 나와 아주 다른 성향과 선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내던 나의 성격과 특질의 도드라진 부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큰 배움은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20대 때의 나 그러니까 때가 되면 밥을 먹듯, 졸업하면 취직하듯 결혼도 그렇게 하는 거라 믿었던 예전의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의 성격이 결혼 생활에 잘 맞는지 혹은 자신이 살고 싶은 방식이 정말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생활이 맞는지 고민해보지 않는다는 거다. 특히 주말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갑갑해하며 자기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 울적해하는 남자들을 나는 여럿 보았다.

    결혼과 가사 노동, 육아로 인해 개인 생활을 더 희생하고 있는 쪽은 당신보다는 당신 아내 쪽으로 보인다는 말은 차마 건네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관계에서의 의무는 지지 않지만 자식의 옆에 있어주어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위치라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도 얼마나 산뜻하고 가뿐할까?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있어서 좋은 점은, 세상이 말해주지 않는 비밀을 하나 알게 되었다는 거다. 그게 뭐냐면, 결혼을 안 해도 별일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정말 큰일 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생길 수 있을 별일 큰일을 곰곰 생각해봐도, 앞으로 점점 더 결혼할 확률이 낮아질 것 같다는 정도 외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나도 앞날에 대한 고민을 매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걱정들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언제까지 회사 생활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을까?

    앞으로 내 커리어의 어떤 점들을 더 계발하거나 보완해야 할까?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 하며 꼬박꼬박 부어온 국민연금은 65세부터나 받을 수 있는데 그 전에 은퇴하면 뭘 먹고 사나?

    아니 국민연금 잔고 자체가 바닥나서 내가 납부한 돈을 떼어먹히는 건 아닐까?

    큰 병이 들어서 너무 빨리 죽으면 어떻게 하지? 잔병치레를 하며 너무 오래 살면 또 어떻게 하지?

    보험을 좀 더 들어놔야 하나? 하나씩 써놓고 보니 점점 더 걱정이 커진다.

    하지만 내가 결혼한 상태라고 가정해봐도 이런 고민들이 사라지거나 딱히 줄어들 것 같지 않다. 결혼한 친구들과 대화해봐도 고민의 성격이 크게 다르기보다 육아나 자녀 교육, 부모님 부양에 대한 몇 가지가 더 보태지는 정도인 데다 때로는 이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 덜어줘야 할 배우자와의 관계 자체가 더 큰 고민이기도 한 경우까지 본다.

    지금은 홀가분해진 편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채로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는 일에 대해 나도 언제나 편안했던 건 아니다.

    30대 중후반에는 꽤 초조함도 느꼈던 것 같은데, 이런 불안 내 상황이나 내면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비롯한 편이었다.

    통상적인 결혼 적령기를 넘어가는 여자는 스스로가 평정심을 유지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도 잔잔한 물에다 괜히 돌 던지는 모양새로 주변에서들 툭툭 건드리지 못해 안달이다. 서른을 넘기면서 무슨 참견면허증이라도 딴 것처럼 온갖 사람들이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 들어왔다. 처음 만난 취재원, 잘 모르는 동네 사람,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까지 결혼 여부나 계획에 대해 무슨 날짜나 남북관계 문제라도 되는 양 아무렇지 않게 물어왔다.

    아직이라고 답하면 여러 가지 반응이 돌아왔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이유를 탐정파, 무슨 내 결격 사유를 덮어주는 양 앞으로는 좋은 일 있겠지...” 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덕담파,

    혹은 멀쩡해 보이는데 너도 별수 없다는 듯이 깍아내리는 공격파, 언뜻 걱정이나 관심 같아서 속아넘어가기 쉽지만 이런 말들은 공감도 배려도 없는 행동이다.

    그 문제가 진짜 문제라면 당사자가 가장 고민하고 있을 것이며, 다른 사람이 툭 건드리듯 지적한다고 당장 해결될 가능성도 없고, 무엇보다 남의 일인데 어째서 맡겨놓은 듯이 계획이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걸까?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은 어리고 만만하다는 이유로 종종 이런 주제 넘은 참견의 대상이 된다.

    다행인 것은 결혼 적령기의 가장자리로 비켜나면서 달갑잖은 오지랖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러니 몇 년 동안만 단단한 멘탈로, 혹은 달관한 무신경으로 버티다 보면 다 지나간다는 게 내 경험담이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렇지 않아진다. 한동안 남자에게 인기가 없어서, 연애를 못 해서 내가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구요?’ 항변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있었다면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답할 필요도 못 느끼게 된다.

    인기가 없으면 어때?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아니거나 말거나 어쩔 건데?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자로 안 보인다는 데 전혀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남성의 욕망의 대상으로서 존재한다는 게 내 가치를 높여주거나 기분을 낫게 해주지 않으니까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가 되어야 한다. 싸울 때조차 나의 중심은 나에게만 있었던 거다.

    내가 이제야 배운 싸움의 기술은 이런 것이다. 진심을 담아 빠르게 사과하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내 입으로 확인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려 어떨지 언급하고 공감하기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세계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한 이상은, 서로의 감정과 안녕을 살피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어떤 문제로 싸우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정말 사소한 걸로 싸워요 양말을 왜 동그랗게 말아서 벗아놨냐 같은 걸로도 싸운다니까요라고 답하자 상담해주는 분이 찰진 경상도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부 사이에는요 사소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쌓이고 쌓였던 게 양말 하나로 터지는 거든요 컵에 물이 찰랑찰랑할 때 딱 한 방울 더해지면 넘치잖아요 그거랑 똑같습니다.’

    그 다른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고나자 오히려 동거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지각하는 게 아님을, 애초에 당신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으므로

     

    “사람은 멀리서 보면 멋있기 쉽고 가까이에서 보면 우습기 쉽다”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없기 때문에 서로 한심하고 웃기는 순간도 목격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동거인은 여전히 멋있는 사람이다.



    나의 느낀점



    이 책은 가구(집안 식구)의 형태에 대해 내적인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김하나 작가님과 황선우 작가님 두 분은 직장 생활을 하시며 혼자 사시다

    두 분이 함께 할 집을 공동 구매하여 주거와 생계를 함께 하는 내용을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다.

    아무리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가족의 구성이 단순화된다고 하여도

    가족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남, 여로 이루어져 있어야 하며 결혼을 하지 않으면 1인 가구로써 살아갈 거라는 이분법적인 편견이 있었던 거 같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중간하거나 경계에 위치하는 것들에 대해 공포심을 느낀다고 한다.

    나 역시도 결혼과 독신 그사이에 무수히 많은 것들을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일도양단식 분류로 없는 존재 삼은 거 같다.

    근데 이 책 덕분에 사고의 전환이 됐다.

     

    -본문 중에-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고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인간의 존엄은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존엄을 지켜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내가 누군가와 공존할 수 있는 사람인가?’, ‘상대방을 배려하며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나서 자신이 누군가와 함께 살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자연스럽고도 긍정적으로 들게 하는 사람과 가구를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 사람과 함께 살아도 좋겠구나!’ 그게 어떤 형태의 원자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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